의대 입시 열풍의 현실
최근 한국에서 의과대학 입시에 대한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2025학년도에는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이 27년 만에 대폭 확대되면서, 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심지어 초·중학생까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 등 학원가에서는 초·중등생을 위한 ‘의대반’이 성행하고, 직장인을 위한 야간 의대반까지 개설되는 등 사교육 시장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 4명 중 1명(24%)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학생(20%)보다도 높은 수치로, 의대 열풍이 점점 더 어린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에는 부모 세대의 경제적 불안과 직업 안정성에 대한 갈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을 직접 경험한 현 학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평생 보장되는 안정적 직업’을 갖게 해주고 싶어 한다. 의사는 높은 소득, 사회적 지위, 직업적 안정성,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독보적인 선호도를 자랑한다. 또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수능 중심의 입시 구조, 이과계열에 유리한 통합수능 등 입시 제도의 변화도 의대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특목고(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영재학교 등 의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의 경쟁률을 더욱 치솟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의대 실적이 좋은 자사고 등의 입시 경쟁률이 크게 상승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 의대 입시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사교육 시장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대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의사만큼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 경제적 보상, 안정성을 모두 갖춘 직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 수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소득 감소, 지방 개원 포화 등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 경우 열풍이 다소 식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발표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 정치판이 불을 지피고 있다. 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정원을 2천명 늘려 놓았다가 이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단다. 2025년 4월 17일에 배포된 교육부 보도자료를 보면(아래 첨부 참고)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하는 안건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한다. 이는 의학교육계의 건의를 적극 수용한 결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게 올바른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2024년 2월 이후 언론에 보도된 34건의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신고 후 최초 처치까지 평균 1시간 32분이 소요됐고, 이송 과정에서 평균 14.7회 병원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이 중 13명(약 38%)이 끝내 사망했으며, 10세 미만 아동도 3명 포함되어 있다. 한 40대 환자는 서울에서 14곳의 병원을 돌다가 결국 구급차에서 사망했고, 올해 상반기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자는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있다. 부산에서는 50대 심혈관 환자가 집에서 5분 거리의 병원을 포함, 15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5시간 만에 울산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가족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정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30대 여성 환자가 병원 92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4시간 10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의료계는 장기적 인력 충원에 해당하는 의대 입시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가? 물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격한 변화로 의학계에 부담을 준 상황도 잘 이해가고 이면의 첨예한 정치적 상황들도 가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자명한 사실 아닌가.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절이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
사실 학교 현장은 대체로 담담하다. 생각보다 공교육인 학교 현장에는 진학이나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교사가 많지 않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학교에는 입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업 능력 향상부터 마음돌봄 상담, 채움수업, 특기적성 프로그램, 인성교육, 독서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학생회 활동과 동아리까지 온갖 활동과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각 파트마다 담당자(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공교육에서는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절이 큰 이슈이기는 하나 그것까지 바로바로 반영할만큼의 여력 있는 교사는 몇 되지 않는다.
반면 사교육계에서는 지금의 이 소식이 매우 크게 와닿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고급 (돈이 되는) 사교육계의 정점에 있는 의과대학 입시의 파이가 작아진다는 소식이니 더욱 치열해지는 입시 관문에 한 편으로는 걱정이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장 어느 관련자는 올해 배치표부터 걱정이라 한다. 모집인원은 재작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그 자료를 참고하면 될텐데, 당장 모집 요강은 그 사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으니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지 우왕좌왕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의대 입시의 변화는 영어절대평가나 내신 5등급제 도입과 같은 변화에 비하여 아무 걱정 없는 문제이다. 어차피 극 상위권의 변화이고 상위누적이란 개념에서는 어쩌면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닐까? 수시에 있어서도 수능 최저가 엄청나게 변화하진 않았으니 예측 가능한 오차 범위 안에서 상담이 가능할 것이다. 극상위권 학생들의 상담은 매우 어려운 영역임이 맞지만 또 동시에 가장 예측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그 극상위권에서부터 누적되어 밀리게 되는 현상은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그러한 누적 효과는 이과 계열 1등급과 2등급 초중반까지에 영향을 미칠 뿐 3등급부터는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소수의 특정 집단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크게 변화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절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언론에서 이 문제를 아주 큰 문제처럼 대서 특보하고 있고, 학부모들의 두려움을 먹고 크는 사교육 시장에서는 이를 홍보 자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이슈가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작년 의대 입시에서 반짝 입학정원이 늘었던 것 뿐이지 원래 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러니 그저 작년 학생들이 좀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도, 학생들도 너무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작년과 상황이 달라져 진학 상담이 어려워진다고 걱정하며 입시 컨설턴트를 찾아 다니는 분들도 조금은 마음을 놓았으면 한다. 입시업계에서는 매년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 불수능일 때는 문제가 어려워 난리고, 물수능일 때는 문제가 쉬워서 난리다. 어떻게 해도 입시는 항상 어려웠다. 그러니 올해도 이런저런 변수들이 계속 등장하겠지만, 열심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좋은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 믿고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