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충북교육청 어딘가를 거쳐 굴러굴러 내 손에 까지 들어오게 되었으나 정작 원래 출처는 알지 못함. 게시에 문제가 있을 시 바로 삭제 하겠습니다.
Ⅰ. 인간과 고통의 이해
A. 인간의 이해
1. 푸른요정을 찾아서. 신상규. 프로네시스
9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아들을 대신해서 한 가정에 입양되는 아이로봇 데이빗은 인 간을 사랑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진짜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엄마에 게 응석도 부린다. 그러나 친아들이 기적처럼 깨어나서 집으로 돌아오자 데이빗을 버린다. 데이빗은 인간이 되면 엄마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피노키오처럼 푸른요 정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데이빗은 푸른 요정을 찾았을까?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감정 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최첨단 로봇과 인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의학이 아닌 철학에서 풀어내는 방법을 아는 것이 의학적 상 상력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B. 고통의 이해
2. 나이트. 엘리 위젤. 예담
저자는 루마니아 출신 유태인이다. 그가 소년이었던 2차 대전 당시, 다른 유태인들처럼 그 를 포함한 그의 가족들 모두가 다 유태인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었다. 그리고 자신과 누이만 이 남고 모든 가족들이 다 죽는 경험을 하였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작품 활동과 사회 활동 을 하여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소개자는 그 엘리 위젤의 특강을 직접 들은 적이 있었다. 98 년 겨울, 하버드 의과대학에서였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히는 책 중 하나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짧은 책이었다. 그러나 소년의 눈에 비친 유태인 게토의 절망과 강제 수용소의 고통, 그리고 그 안에서 가지는 신에 대한 의문, 인간에 대한 회의, 가족의 사랑에 대한 희구 등을 아주 정직하게 기록하였다. 그래서 짧지만 아주 큰 책이 되었다. 인간의 고 통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의사들과 의학도들에게 이것은 의미 있는 책이다.
3.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민음사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대로 타인을 이해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소 망, 약점, 속마음이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도 자신과 비슷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 다. 특히 가족을 통해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타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또 그런 이해 위에 서로를 미워하기도 사랑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유진 오닐이 이 작품을 살아있는 동안 공개하지 않길 원한 이유를 알만하다. 이 희곡은 오 닐의 인간에 대한 이해, 자신에 대한 생각, 그것을 만든 자기 가족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다 들어있다. 그는 이것을 자신이 죽은 후에는 알리고 싶었다. 중독에 취약한 인간, 그 자신 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소뇌 질환의 희생자이다. 투사(projection)의 정신구조, ‘내가 이 꼴이 된 것은 모두 가족 때문이다. 그들 때문에 중독되었고 병들었으며 죽어가고 있고 실패 한 인생이 되고 말았다’. 표면적 화해, 상대에 대한 미움과 애정을 느끼나 번번이 자신의 필 요 - 외로움, 한 사람을 공동의 적으로 몰아 투사의 대상임을 합리화하는 공동전선을 위한 합작 - 를 위한 일시적 받아들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깨어진 부모자식, 부부, 형제의 관 계. 수전노 부모와 부부간의, 부자간의 원망과 중독과 멸시의 인간관계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어서 작품을 가치 있게 한다. 막장 드라마 한편과 같은 리얼 스토리 가정 파탄극은 그 래서 여전히 공감을 일으킨다.
4. 생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문예출판사
생의 치열함으로 인해 가슴이 뛰었던 경험이 있는가. 생을 충만하게,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살고 싶은 열망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또는 오래 전에 잊었다면 그 가슴 뛰 는 순간으로 초대하고 싶다. 사랑, 결혼, 임신과 곧 이은 이혼의 파국, 그러나 그러한 삶의 질곡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로 서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단 한 번도 외부와 타협하지 않았던 니나 부슈만. 생의 한 순간까 지도 완벽하게 사랑한 여자, 자유에의 강렬한 의지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여자, 기만과 타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그녀를 보면 불꽃처럼 살다가 31세에 요절한, 이 소설의 번역자 전혜린이 또한 떠오른다. 고집스럽기까지 한 생에의 의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우 리는 우리의 삶을 훨씬 더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5.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빅터 플랭클은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첫날, 고참죄수에게 그가 품에 갖고 온 정신치료 논문 을 소각하지 않도록 부탁한다. 이 원고는 그에게 가장 소중한, 인생의 의미와도 같은 것이 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논문과 인간적 대우 모두를 그 순간부터 빼앗기고 벌거벗긴 채 아 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남기 위한 3년을 보낸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가 깨달은 것은 인간 의 모든 것이 박탈된 순간 찾아온 ‘참다운 인간됨’ 이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 상대를 존재 로 사랑하는 것, 우정, 예술, 웃음, 이 모든 것이, 어느 순간 삶의 끈을 놓으면 죽어야 하는 그곳에서 생생하게 살아난 것이다. 재산, 명예, 학문적·예술적 성취, 자손……. 사람들은 이 런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고 살다가 이것을 잃으면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아니면 죽을 때 잘못 살았다고 깨닫기도 한다. 플랭클은 진정 이런 것들이 다 사라진 후에 그 너머 에 진정한 인간성의 모습이 존재함을 수용소의 뼈만 남은 모습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죽음 앞을 스쳐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본 것은 인생의 진실한 모습이다. 죽으면 끝이구나, 언제든 죽을 수 있구나, 이렇게 살게 아니구나……. 죽음이 알려주는 가르침은 너 무나 사실적이어서 이론적 논변보다 더 심오하다. 참된 심오함은 인생 자체에서 나온다. 죽 음을 느끼는 것은 인생이 의미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이론적인 것에 불과한 것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프랭클은 죽음 앞에서 인간을 찾았고, 정신병리의 해결이 있는 그대로의 인간 의 모습, 즉 신을 가지고 있으며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향해 대답하는데 있으며 여기에 또 한 인생의 목적이 있음을 보인다.
Ⅱ. 윤리와 의료윤리의 이해
A. 윤리와 철학의 이해
6.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작가정신 이반 일리치는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이 바라는 인생의 모델인지 모르겠다. 유복한 가정, 사 회적 성공, 정직과 공평, 거기에 능력까지. 그리고 가정적이어서 어려운 아내와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성공의 정상에서 죽음의 그림자 가 찾아왔다. 아마도 암 같은 것이었으리라. 몰라보게 수척해진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죽음 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발가벗겨진 모습, 실존에 대한 적나라한 고 통의 고백들……. 인간실존의 가장 큰 문제인 죽음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고뇌, 그리고 인 간의 허위에 대한 분노. 가볍고 유쾌하고 고상하게 사는 것이 모토였던 그는 이제 죽음의 무거운 진실 속에서 자신 을 보았고, 그가 여태까지 의지하고 살았던 모든 것의 허망함을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잘 못된 목표들이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을 모두 덮어 가려버리는 무서운 기만이었다. 사랑했 어야 했다, 진심으로. 죽음은 받아들여지는 것이지만 인생은 물러지지 않는 것이다.
B. 의료윤리의 이해
7. 잊지말자 황우석. 이형기.
청년의사 소위 ‘황우석 사태’를 다룬 여러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특별하다. 단순히 어떤 사건들이 있 었는지를 다룬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들 속에 숨어 있는 함의를 분석한 책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과학’ 또는 ‘연구윤리’의 측면에서 황우석 사태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 직도 황우석 사태에 대해 피상적인 개념만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가 ‘과학’을 하 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Ⅲ. 자신에 대한 이해
A. 자신에 대한 성찰
8. 공부도둑. 장회익.
생각의나무 ‘온생명 사상’을 말하는 장회익 교수의 앎의 여정을 자전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책 제목인 ‘공부도둑’을 자신만이 아닌 세상을 위한 공부도둑이라 이야기한다. 자신의 자아실현 을 비롯해 세상의 문제점과 맞서는 학문의 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의 공부도둑길은 어 떤 도덕의 외적 당위에서가 아니라 공부의 기쁨, 깨달음의 즐거움이라는 스스로의 내적 필 연에 기초하고 있다. 대가가 이야기하는 학문의 길이 많은 도전을 준다. ‘공부는 왜 하는가? 그 공부는 어떤 공 부여야 하는가?’ 등의 문제의식을 갖게 해준다.
9.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열음사
이 책은 내가 매우 고통스럽게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시기에 만난 책이다. 무기 력하고 게으르며, 성장하기는커녕 점점 발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두려움이 가득했던 그 때에 이 책은 나에게 정신적인 성장과 성숙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건 강한 몸을 위해 먹는 것을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듯이 건강한 마음과 정신을 위해서도 버려야 할 것들, 그리고 훈련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 다. 그것은 불편한 것이지만, 그러나 유익한 것이기에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저 자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인 힘이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가 정의하는 ‘사랑’의 정 의를 의미 있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쓸 당시 저자는 기 독교인이 아니었다고 하며 그래서 나는 그가 탐구해나가는 영적 성장의 길에 마음이 더 쉽 게 열렸다. 아직도 가야 할, 남은 길을 용기 있게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10. 인간치유. 폴 투르니에. 생명의 말씀사
1967년 쓰여진 폴 투르니에의 이 책과 1978년 쓰여진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쌍둥이와도 같은 책이다. 두 책 모두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원인으로 인한 육체적 질병의 원인을 ‘도피’로 본다. 받아들이고 훈련되어야 할 부분을 회피하고 우회하며 억압하는 과정 에서 일은 점점 꼬여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 된다. 투르니에는 직면과 고백 후에 시종일관 그 해결책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삶의 목적을 가지신 하나님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한다. 스캇 펙이 직면과 훈련을 이야기하는 곳에 서 그는 기도와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이야기한다. 스캇 펙은 그의 책 내내 정신치료를 넘어서는 종교적 무언가를 암시하지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직면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더 큰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격의 치유’는 우리의 꼬여진 정신의 실타래 밖에 존재한다. 갈등과 분노, 미움과 원망은 손대면 댈수록 점점 꼬인다. 차라리 조용히 문을 닫고 무릎을 꿇는 것만이 해결책인 경우가 더 많았다. 사실 나를 뛰어넘어 상대를 보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B. 자기 개발 및 관리
11.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 미디어
무엇이든지 그것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있다. 그래서 책을 잘 읽는 방식을 이 야기 하는 이런 책도 있게 된다. 엄청난 양의 지적 작업을 해 온 저자가 자신은 책을 이런 식으로 읽는다고 소개한 책이다. 젊은 시절,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싶다는 엄청난 지식욕, 인식욕을 가지고 있는 그 시점에서, 이런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서도 균형 잡힌 지적 활동을 쉬지 않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 문이다. 사족 - 이 책을 읽은 후 이 책의 저자처럼 아주 조그만 개인용 독서 및 작업 건물 을 만들어 보고자 터를 찾는다고 서울의 뒷골목들을 돌아다녔었다. 결국 돈이 부족해 잠시 미루기로 하였지만.
12.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김영사
18년 유배생활 중 5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저서를 완성한 한국 지식사의 불가사의라고 하는 다산 정약용. 사상 유례없이 폭넓은 분야에서 기적 같은 학문적 성취를 일궈낸 전방위 적 지식경영인 정약용은 어떻게 지식의 기초를 닦고 정보를 조직했을까? 어떻게 핵심을 장 악하고 생각을 단련하고 효율성을 강화했을까? 그가 탁월한 사고와 과학적인 논리로 현대에 도 유용한 지식경영의 핵심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13.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해냄출판사
이 책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 삶이 변화된다고 강조하는 교육학·심리학의 세 계적인 권위자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명저이다. ‘몰입(flow)’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 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일컫는다. 감미로운 교시나 공허한 구호가 아 닌, 일상을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들을 토대로 우리의 인생에서 일과 놀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다음, 자기만족을 즐기기 위해서는 집중력 즉, 몰입이 필요 하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몰입은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14.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21세기북스
말콤 글래드웰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저술가 중의 한 사람이다. 대단한 경력 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많은 책을 쓴 것도 아니지만, 그는 이미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 다.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뽑힌 바 있다. 그가 쓴 책 <티핑 포인 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등은 모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모두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세 권 모두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규명해 내 는데, 탁월한 저널리스트적 감각과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 중에 서 입문서로 가장 좋은 것이 이 책 <블링크>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인지 경제학 책인지 경 영학 책인지 불분명하지만, 아무튼 재미있다.
15.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모티머 J. 애들러.
멘토 평생 책을 얼마나 읽고 살까? 아마 열살 무렵 책이라는 걸 읽기 시작했다 치면 일생 통틀어 오래 살면 한 60 여 년 읽을 수 있으려나 보다. 이미 절반은 까먹었으니 이제 절반의 독서 인생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 책은 나에게 남은 절반의 삶을 위한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보 여주었다. 이 책은 공격적 독서를 말한다. 아는 얘기, 편한 얘기, 쉽게 읽히는 얘기로 독서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거다. 또 내가 아는데 까지만 읽는 독서로는 마냥 그 생각에, 그 인생이 되고 말거라는 거다. 영어로는 laboring이다. 우리말로는 노고이고 또 애 낳는 산고 를 뜻하기도 하는 말이다. 고통스런 노력과 집중, 몇 번 그만두려다 다시 고쳐 앉아 그 뜻 을 헤아려보는 독서를 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을 이루어주는 건 아니다. 책이 나를 변하게 하는 건 그것이 살아 숨쉬던, 꼭 말해줄 것이 있 던 어떤 사람의 성실한 이야기일 때야 가능하다. 마냥 만나는 사람들과 같은 수다, 그 소리 에 그 소리, 누가 했던 이야기인지도 잘 안 떠오르는 그런 글을 읽느라 얼마 안 남은 삶의 시간을 태워버리는 건 너무 아깝다. 성실한 사람의 이야기는 남의 얘기를 각색해서 하는 이 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천재성 때문이든 삶의 고통 때문이든, 또 다른 훌륭한 스승의 영향 때문이든 간에 새로운 이야기, 고통 속에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런 성실한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왠지 이 책들은 ‘읽어보긴 해야 하는데 이 리저리 굴리기만’ 한다. 몇 줄 읽다 보면 목에 걸려 안 내려가는 음식처럼 머리로 들어오지 않고 맴돌기만 한다. 이 책은 인생의 이 스승을 듣는 법을 알려준다.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법, 즉 듣는 기술을 가르쳐준다. 희곡이라는 낯선 이야기 방법, 서사시라는 따분한 노래, 철학이라는 주어가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운 악명 높은 책들. 그들을 듣는 법을 이 책은 말 한다. 그들이 분명 우리 인생을 빛낼 보석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거의 확실한 소 문임에도 얻었다는 이는 적다는 것도 정설이다. 그 지도를 이 책은 보여준다.
16. 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신문에서, 잡지에서, 책에서, 기업 및 기관 혹은 개인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는 방대하다. 그 런데 이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수집하고 정리, 활용할 수 있을까? 저널리즘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몇 가지 방법과 조언을 공개한다. 지의 거인이라고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 책은 일본에서는 20년 전에 출판되었지만 여전히 현재성을 잃지 않은 지식생산의 방법론 책이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었지만 여전히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활용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경험에 서 비롯된 충고들이 유익하다.
17.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은 등 엮음. 민음사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잘 읽는 방법을 쓴 책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문인들, 지식인들을 필진으로 불러 그들이 읽은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도록 하였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하였었다. 언젠가, 의학도들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개와 소감을 쓴 글들을 묶어 책을 내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18.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청림출판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의지와 더불어 지적 원동력이 필요하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널 때 소지한 책 중에 피에르 다이의 <세계의 형상>이 있었다고 한다. 인도로 가기 위해서는 동 쪽으로 도는 것보다는 서쪽으로 가는 것이 빠르다는 생각, 그 책은 빽빽이 콜럼버스의 육필 메모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이사벨라 여왕을 설득하고 선원 의 쿠데타를 참고 설득해 가며 ‘서인도’에 도달한 것이다. 나 또한 빽빽한 메모를 남길 수 밖에 없는 많은 insight들이 이 책 안에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일상의 실용서적들에서 느끼는 얄팍함이 아닌, 경험과 지혜의 그리고 이 시대를 철저히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의 힘이 느껴 진다. 상사에 대해 다르게 보는 눈, 의사결정의 경계조건에 대한 강조, 혁신의 본질인 기회 분석과 주도권 등은 이런 바탕이 아니면 파악되기 어려운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분명 귀중 한 지혜를 준 책이다. 이제 내겐 그 빽빽이 써 놓은 메모를 실천하는 일이 남았다.
Ⅳ. 의료와 사회의 관계 이해
A. 의학과 의료제도, 보건의료의 이해
19.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툴 가완디. 동녘사이언스
의학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매우 솔직하게 그려내면서도 현대의학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어느 의사의 고백이다. 의사들과 일반인들 모두에게 좋은 책이고, 뛰어 난 문장력 때문에 읽는 재미 자체가 쏠쏠하다. 이 분야 책으로는 드물게 미국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20.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문예출판사
존에게, 그의 어머니에게서 말로만 듣던 세계는 정말 아름답고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구 세대적 인간인 그에게 이 새로운 멋진 세계는 무엇을 희생해야만 얻어지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다움과 자유를 대가로 얻어지는 안정과 쾌락, 소마soma휴일과 감각적 만족 의 삶은 부모와 예술, 종교와 지성에 대한 추구, 결국 모든 인간다움을 담보로 한다.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 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불행해질 권리를 원합니다. 늙어 추해질 권리, 굶을 권리, 질병에 걸릴 권리, 내일 일로 불안에 떨 권리, 온갖 고민에 시달릴 권리 그 모든 것을 원합니다.” 헉슬리가 보여주는 안정을 목표로 하는 세계의 구도는 생물학적 방법론의 가능성과 공리적 행복의 추구라는 20세기의 두 빛의 천사가 만나 만들게 될 지옥 같은 세계를 보여준다. 개 인으로서의 인간은 사라지고 기능으로서의 인간단위만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민족주의든, 집단적 인간이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시대정신이 몰고 갈 종착역 이다. 2032년 안에 우리를 몰고 가리라던 이 세계는 벌써 그 냄새를 풍긴다. 소비를 위한 선전과 대중의 세뇌, 노동자계층을 만족시켜 편입시키는 세계구조. 인간됨과 신, 죽음의 의 미에 대한 생각들과 추구에 대한 조소 혹은 무플. 멋진 이 세계는 훨씬 강력한 프로스페로 의 마법으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할 길로 몰아가고 있다. 사회 안정은 우리의 모든 권리의 박탈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 안정과 번영이라는 허여멀건 허니 비대한 짐승 앞에 우리는 우 리의 권리를 내려놓고 주입된 유치한 구호를 되뇌는 백치로 살아가든지, 죽고 싶어 할 만큼 지독한 고통의 인간됨을 선택하든지를 강요받는 계시록적 전경을 본다.
21.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 마이클 마멋. 에코리브르
소위 status syndrome에 대한 책이다.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심각한 수준의 건강 불평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근거를 활용하여 잘 보여준다. 이런 불평등은 선진국 과 후진국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선진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진료실에 앉은 채, 찾아오는 환자만 진료하는 것이 의사의 임무가 아님을 알게 된다.
22. 없는 병도 만든다. 외르크 블레흐. 생각의나무 소위 ‘의료화(medicalization)’ 현상을 다룬 책이다. 의료화란 과거에는 의료의 영역이 아니 었던 부분이 의료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현상으로, 다르게 표현하면 과거에는 환자가 아니었 던 사람이 환자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 하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 엇인지 등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23. 은유로서의 질병. 수전 손택.
이후 의료사회학 분야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질병에 대해 사회와 대중이 만든 은유나 상상적 관 념이 얼마나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지, 그것이 얼마나 소수와 약자에 대한 폭력이 되는지 고찰한다. 환자는 다만 고통 받는 사람이며, 질병은 다만 고쳐야 할 병일 뿐 다른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하는 수전 손택. 이 책은 원래 따로 출판된 두 권의 책 <은유로서의 질 병>과 <에이즈와 그 은유>를 함께 묶은 것이다.
24. 의학이야기. 히포크라테스. 서해문집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의사. 그가 왜 의학의 아버지일까? 그는 당시 사람들이 질병은 신으로부터 기원한다고 믿으면서 신전예식이나 주술에 의존하는 것이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무관함을 밝혔다. 즉 질병은 질병자체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이 해에 기초해서, ‘사람’이 고치는 것이라는 걸 주장한 것이다. 또한 그냥도 낫고, 의사가 봐도 안 낫는 게 질병이라고 의술의 무용함을 이야기하는 궤변가들에게 의술이 질병의 경과와 예 후에 결정적 영향을 줌을 경험적으로 밝힌다. 분명 유익을 주는데도 이를 비웃는 말쟁이들 을 그는 힐난한다. 결국 그는 우매한 고대의 사고방식 속에 의술의 적합한 자리를 잡아주고 이를 변호한 것이다. 그는 정말 의학을 ‘낳았다’. 그의 오래된 선서는 아직도 유효할까? 의술을 관찰과 경험 및 가설 하에 신중과 진지함으로 접근하려 했던 그에게 ‘의술은 커다란 권력’임이 드러났다. 사람들을 전문적 지식이라는 굴 레로 우롱하거나 속일 수 있다는 말이다. 진정 환자를 위한다면 이를 반드시 경계하고 바로 잡아야 함을 그는 알았다. 직업윤리라고 해야 하나, 자정적 규범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도 그 영역의 진위를 알지 못하므로 스스로 환자를 위해 견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를 서약한 자에게 의술을 가르쳤다. 의업은 자기이익을 따르게 둘 수 없는 힘이 있고 이것 은 여전히 ‘스스로 돌아봄’으로만 견제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정부의 의사에 대한 통제가 과연 제도적 장치나 수가체계로 가능할 까? 히포크라테스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실패하는 뺑뺑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이리 죄면 저리 도망치고, 이렇게 비난하면 전문성을 내세워 변호하는, 끝없는 쫓고 쫓기기. 이 게임은 어쩌면 의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자정自淨하고자기 dignity 위에 스스로를 세우 려는 노력조차도 내부에서 힘을 얻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빈손에 쇠꼬챙이 몇 개, 풀 잎파리, 환자 많이 본 경험 밖에는 없던 이 고대인이 알던 것을 다시 되새겨 볼만하다.
25.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마르시아 안젤.
청년의사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한 책이다. 신약 개발, 약가 책정, 임상시험, 리베 이트 등 현대 제약산업의 여러 측면을 다룬다. 제약회사와 의사들 사이의 암묵적 협력에 대 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 책의 저자는 의사 출신의 저널리스트다. 마르시아 안 젤은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 중 하나인 NEJM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26.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신동원.역사비평사
한국의 의료 문화의 연원을 갖가지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주로 조선 시대와 근대화시기를 배경으로 위생, 질병, 의학, 장애 등의 이슈에 대해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설명한다. 의학사(史) 관련 국내 저술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한국 의학의 근대사’라는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책이다. 딱딱한 역사책 형식이 아니라서 읽기도 쉽다.
27. FDA vs. 식약청. 이형기. 청년의사
너무도 익숙한 이름 FDA.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국내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 책은 한국인 의사가 한국의 식약청과 미국의 FDA를 모두 경험한 후, FDA의 파워는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 식약청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소위 ‘규제과학’과 관 련하여 의사들의 할 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신약 개발이나 의약품 안전 관리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혹은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필독서다.
B. 사회와 세계의 이해
28. 가격 결정의 기술. 라피 모하메드.
지식노마드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원가 계산을 통해? 경쟁 제품의 가격을 고려하여? 단순한 직감으로? 가격은 소비자의 구매를 가장 강력하게 자극하는 요소로 알려 져 있지만, 놀랍게도 가격 결정(pricing)에 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이 책은 ‘가격 결정’이 라는 좁은 분야를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이다.
29.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부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 박사는 늘 논란을 일으켜 왔다. 좌파들은 그 를 우파라 부르고, 우파들은 그를 좌파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일차원적 이분법을 초월하는 뛰어난 경제학자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 경제서, 특히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교양 경제서 중에는 최고 수준이다. 자유 무역이 진정 개발도상국에게도 도 움이 되는지, 경제를 개방하면 외국인 투자가 정말 늘어나는지, 공기업 문제가 과연 민영화 로 해결 가능한지, 지적재산권이 실제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어 떤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경제 발전에 적합한 문화나 민족성이 있는지 등 우리 시대의 현안들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신랄하게 답해주고 있다.
30. 대한민국사(전 4권). 한홍구. 한겨레출판사
역사를 보는 올바른 관점과 기준을 강조하며, 편향을 거부하는 폭넓은 시각으로 역사의 주 요 문제를 다룬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여러 문제들의 역사적 뿌리를 근현 대사에서 찾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대한민국史는 일제의 강점, 분단, 전쟁 그리고 독재의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망의 역사가 아닌 희망의 역사’라고 저자는 말 한다. 국방부의 금서 목록에 올라 더 유명해진 책이다.
31.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현대경제연구원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2008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대표작이다. 그는 학 자로서도 유명하지만 원래부터 유명한 칼럼니스트였다. 내용은 복잡하지만 글을 정말 잘 쓰 는 저자라서,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책은 중산층 몰락, 소득 양극화, 의료보험체계의 모순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내 용이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학 이론을 떠나 미국의 역사, 정치, 경제, 사 회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크다. 다 읽을 시간이 없으면 최소한 의료보험 문제를 다룬 chapter만이라도 읽어볼 만하다.
32. 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푸른산
디킨즈의 <어려운 시절>을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 책은 디킨즈 문학의 한 부분인 반공리주의적 경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이며 <올리버 트위스트>나 <위대한 유산>에 가려진 그의 문학의 일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헌사에 밝히듯, 이 책은 토마스 칼라일에게 바쳐진 책이다. 칼라일은 19세기 가장 대표적인 벤덤 철학의 비평가였고, 인간의 영적 가치를 강조했던 인물이다. 디킨즈 또한 이 책에서 분명 산업문명의 피해와 비인간화, 그리고 여러 부작용의 원인을 산업문명 자체의 몰가치뿐 아니 라 이를 조장하는 잘못된 인생관, 즉 공리주의적 사고에서 찾는다. 21세기의 삶 역시 공리주의의 영향 아래에 놓여있다. 그것이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해 완화된 것이든, 혹 강화된 것이든, 새로운 fact에 대해 인간은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새롭게 밝혀진 복제기술,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할 정밀 살생 무기들. 인간의 문명은 더 이상 그것들을 거부할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한다. 누가 기술발달을 거부하고 멈출 수 있을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인데……. 때로 피를 토하도록 절규하며 거부를 해 볼 수도 있 겠지. 그러나 무슨 소용인가. 리골렛토는 만토바 공작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어려운 시 절>이라는 책이 묻혀가고 <~하는 몇 가지 방법>이 베스트셀러인 시대도 바뀌지 않듯이 우 리는 공리주의를 벗을 수 없다.
33.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중앙북스
<오래된 미래>는 1992년 발간 이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바로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책으로 ‘라다크’라는 마을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문화가 서구문화 와 가치관들에 파괴되어가는 모습, 또 이를 다시 회복해나가는 구체적인 활동과 상황을 그 리고 있다. 서구식의 소모를 전제로 하는 개발의 폐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 들 토양에 맞는 새로운 가치의 정립과 발전을 이루어나가도록 설득하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사회의 한 단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34.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구호 조치가 아무런 소용이 없어지 는 현실, 사람은 굶는 반면 소들은 배 불리 먹는 모순된 현실 등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 다. 또한 사막화와 삼림파괴,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 불평등을 야기하는 금융과두지배 등 기 아를 발생시키는 정치·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속에 사각시대에 놓여 있는 기아들,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려주며 사람이 가져야 할 인정과 지구촌 식구로써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촉구한다. 오늘 내가 먹은 한 끼의 식사는 너무 과하지 않았던가?
35. 육식의 종말. 제메리 리프킨. 시공사
제레미 리프킨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다. 그 런 그가, 이 책에서는 ‘소고기’라는 키워드로 현대 문명의 위기를 설명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 8천 마리의 소들이 전세계 토지의 24%를 차지 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먹어 치운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는 굶주리고 있는 인간 수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여 러 저작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36.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에서의 하루. 솔제니친. 민음사
일반적으로 러시아 소설들은 길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도 길고, 사변도 길고, 묘사도 길고, 뭐든지 다 길다. 그래서 큰 감동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꼭 길어야 큰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이 소설이다. 짧은데, 너무도 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회와 제도, 그리고 인간의 잘못된 통치에 대하여 이 소설처럼 예민한 생각에 들어가도록 하는 소설은 많지 않다. 만일 이반 데니소비 치의 직업이 의사였다면 어떠하였을까?
37. 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다른세상
육식의 종말이 소고기에 집중한 책이라면, 이 책은 모든 현대인의 식생활을 살펴보면서 현 대 문명의 한 단면을 조망하는 책이다. 저자는 마치 직업탐정처럼 음식사슬의 연결고리들을 확인한다. 그가 드러내는 내용들은 대체로 조금은 불편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진 실들이다. ‘뭘 먹을까’라고 고민하는 시간을 조금만 줄여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38. 조영래 평전. 안경환. 강
조영래는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전태일평전>의 숨은 저자다. ‘숨은’이라 는 말이 붙는 것은 오랫동안(그가 43세에 폐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실명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권변호사 조영래의 삶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온통 금기와 불 합리로 가득 차 있었던 70~80년대 한국 사회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불 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나라였는지 알게 되고, 그런 나라 가 어떻게 해서 현재의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는지 짐작하게 된다. 저자는 서울법대 학장과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교수다. 그는 조영래 변호사의 1년 후배다.
39. 퀴즈쇼. 김영하. 문학동네
대한민국에서 1980년 무렵에 태어나서 줄곧 이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최고의 성장소설. 이제 40대 초반인 작가는 이미 우리 작가들 중 가장 많은 나라에 서 그의 작품이 번역 출간되고 있는 작가다.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이자 연애담이 지만, 이 책에는 한국의 ‘오늘’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40.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송호근.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인들은 유난히 평등주의가 강하다고 한다. 사실이다. 평등주의는 때로는 발전의 원동력 이고, 때로는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한국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상당히 강한 평등주의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평등주의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단점은 보완해야 한 국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아주 얇은 책이라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 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41. 회색인. 최인훈. 문학과 지성사.
최인훈의소설, 하면 언제나 <광장>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소설 말고도 최인훈의소설중꼭읽 어야할소설이하나더있다. 바로 <회색인>이다. 이 소설은 매우 생경하다. 작가는 자신이 하 고 싶은 말들을 ‘소설화’ 하지 못하고 그냥 작품 속 인물 한 사람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매우 생으로 (즉 직선적으로) 그냥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해방 시기 후의 북한의 분위기, 그리고 전쟁이 난 후 남한으로 피난 온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의식을 이 책 은 아주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그 시대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게 왜 필요하냐고? 그들과 비슷한 상황에서 그냥 북한에 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북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잊지 않아야 지금의 북한을 이해하고, 분단된 조국을 이해 하고, 통일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2. Guns, Germs, Steel. Jahred Diamond. W.W.Norton
이 책은 지구상에 왜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시작 한다.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이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선진국의 국민들에 비해 결코 지능이 떨어지거나 기후가 달라서가 아니다. 무기, 전염병 등을 통해 이것을 갖고 있 지 않은 국가들을 몰살시키는 것을 통해 부를 독점하게 된 과정을 흥미롭고 알기 쉽게 보여 준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조상이기 때문에 이들을 결코 미개한 민족으 로 업신여겨서는 안 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오늘날 우리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 미를 찾아야 함을 보여준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흥미롭게 읽은 영어 원서이며, 간결한 문장 으로 구성되어 중학교 수준의 영어실력으로도 잘 이해할 수 있다.
C. 문화의 이해
43.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효형출판
저자 서현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건축가다. 건축을 인문적으로 사고한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낯설던 시절부터, 그는 건 축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써 왔다. 건축가의 에세이도 아니고 기행문도 아니고 유명한 건물들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다. 건축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전문적이고 실무 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읽다 보면 건축물을 바라보는 눈이 뜨인다. 이 책을 읽으면 유명 건축물 앞에서 ‘엽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대신 그 건축물 속에 담긴 인간과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심미안이 생길지도 모른다.
44. 굿바이 클래식. 조우석. 동아시아
조우석은 문화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문화‘통’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클래식에 얽힌 독 선과 배제의 구도를 비판하는 책이다. 이러한 비판은 단순히 저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저자 는 철학과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의학 등 ‘클래식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서구 음악학 정보 들을 예로 들면서 클래식에 대한 굿바이를 외친다. 클래식 외에 다른 세상의 음악은 배제하 고 대중음악이나 우리 전통 음악을 배제했던 클래식의 독선과 배제의 매커니즘에 대해서도 거부한다. 클래식이라는 문화 권력에 숨은 형이상학과 폭력성에 대한 설명과 분석이 재미있다. 우리 시대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음악과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45. 서양미술사. E.H.곰브리치. 예경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과연 문학이나 사상으로 읽는 고전의 주인공들인 몽테뉴, 단테, 베 이컨, 세르반테스 같은 이들이 그들 시대의 고민과 기쁨을 담아낼 당시 어떤 그림을 보고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 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이런 동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떻게 ‘시대정신’이 변화하며 미술의 고 민들이 같이 변화하고, 각 나라의 세력과 관심이 일어나고 가라앉음에 따라 이런 흐름들이 나라 사이를 옮겨 가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도판들과 쉬운 설명은 부담 없이 작품 하나하나에 사랑과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두껍지만, 사실 600여 페이지는 상당부분이 도판이고 글도 읽기 쉽게 잘 쓰여졌고 또 잘 번역되어 읽기가 즐겁다.
Ⅴ.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의 이해
46.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 버나드 라운. 몸과마음
나는 이 책을 심장내과를 배우기 바로 직전인 본과 2학년 여름방학 때 읽었다. 심장에 대해 서는 기본적인 해부학 및 생리학적 지식 밖에 없었지만 이 책은 의학 지식 전문가로서의 의 사가 아니라, 인간을 치유하고 돌보는 의사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었다. 책을 읽을 때는 환 자를 단순히 질병의 복합체가 아니라 고통 받는, 인격적인 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슴으로 이해하진 못 했는데 오히려 그 감동은 임상 실습을 돌면서 뒤늦게 찾아 왔다. 의사들이 저자와 같은 태도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한다면, 첨단 과학의 장이지만 역설 적으로 환자가 소외되어 버린 위기의 현실에서, 의학이 ‘치유의 예술’로 승화되는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 중 잊혀지지 않는 에피소드 하나는 저자의 환자 중 한 명이 병원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치의인 저자를 고소하지 않으면 고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고소를 취하한 것이다. 그 환자에게는 자신과 인격 적인 관계를 맺은 주치의를 고소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 게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Ⅵ. 의사의 직업 전문성
A. 의사의 삶 이해
47. 인턴X. 닥터 X. 김영사
1965년 미국에서 한 익명의 의사가 1년간의 인턴생활을 바탕으로 쓴 책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진지한 학생들에게 의사로서의 생활, 삶,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아직 정식 의사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의대생들이 읽고 몇 년 후의 생활을 상상해보고, 그 때에 좀 더 유능하고 따뜻한 의사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자극을 받을 수 있었 으면 좋겠다.
48. 종합병원 2.0 : Homo Infecticus. 박재영. 청년의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삶이 가장 생생하게 그려진 소설.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종합병원2>의 원작소설이지만, 드라마와는 많이 다르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무 대로 진행되는 한 외과의사의 성장기다. 의사들의 행동 양식과 육체적 괴로움은 물론, 의사 들의 삶의 방식과 영혼의 고통까지 그려져 있다. 부제인 ‘호모 인펙티쿠스(Homo Infecticus)’는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영향을 받고 감염(Infection)된다는 뜻에 서 작가가 지어낸 말이다.
B. 의사(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49. 아리랑(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일생). 님 웨일즈.
동녘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간 김산의 일생. 일생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짧았지만 그가 살아있 는 동안의 행적들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중국 혁명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일생 동안 그 존재 자체로 혁명 같았던 이. 그리고 어느 시 점부터 그가 죽는 날까지 헌신했던 이념과 사상. ‘공산당’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역사의 단면 을 보게 될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김산을 통해 바라본 그 시대의 현장은 공산당이라는 직 접적인 렌즈는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새로웠다. 그는 중국 혁명에 투신했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조선이 있었으리라……. 책의 곳곳에서 ‘지식인’으로 명명되는 사람들이 나 온다. 한결 같은 표현은, 지식인은 믿을 수 없다는 것과 지식인은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었다. 그 시대에도 소위 지식인들은 그러하였던가? 지금도 이 땅의 지식인들은 그렇게 조용 히, 움직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책임 있는 사람답게 살지 못해 부끄럽 다. 그러나 다시 한번 내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내가 배우고 공 부하는 모든 것이 언젠가 나를 더 넓은 세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끄는 새로운 문이 되길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과의 만남을 권하고 싶다.
50.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 트레이시 키더.
황금부엉이 폴 파머라는 청년의사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이다. 폴 파머는 현대적 의미의 슈바이 처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폴 파머는 하버드 의대와 아이티의 고원지대, 페루의 빈민굴과 모스크바의 교도소까지,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인물이다. 단 순히 혼자 힘으로 하는 묵묵한 봉사활동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을 조직화하고 더 많은 재원을 끌어들여 더 큰 변화를 가져오는 폴 파머의 활동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51. 조피 숄 평전. 바바라 라이스너. 강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행동할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큰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뮌헨 대학교 학생 시절, 오빠와 함께 교내에서 반 나치 전단을 뿌리다가 체포되어 22살이 채 안 된 나이에 처형된 조피 숄의 평전을 읽으 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죽을 수 있나 생각해보았다. 옳은 것에 대한 열망, 그리고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용기로 인해 가슴이 뛰는 시간이었다. 유년 시절 새로운 지도자 히틀러에 열광하던 소녀가 반 나치 투쟁에 목숨을 걸기까지, 사회와 현실에 눈을 뜨고 진실 을 알게 되며 느끼는 갈등과 고민들의 면면이 너무나 평범한 인간의 것이어서 읽는 이로 하 여금 나도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끔 한다.
52. 체 게바라 평전. 실천문학사
그가 지금껏 있었던 많은 무장게릴라와 차별화되는 점은 고기의 물이 되는 일반인에 대한 호감을 위해 노력한 점과 구성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그 자신이 인문적 교양과 정신적 동의에 얼마나 비중을 둔 사람이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기름을 가장 많이 낭비한 게릴라. 괴테와 쉴러를 사랑한 독서광이었던 그의 책 읽는 사진은 내게 그에 대한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천식이면서 시가를 즐기는 것만큼 어쩌면 어울 리지 않는 것은 무장 게릴라의 독서습관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비무장 비폭력 이 아닌 무장 폭력으로 선택한 바에야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 른다. 공무원에게, 장사꾼에게, 현장 노동자에게 혹 나에게 꿈이 있는가? 그 꿈은 정말 소중한 것 인가? 그렇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빛을 던지는 책을 읽어야 함을 깨닫는다. 이 책은 한 기자의 후향적 조사에 의한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한 체의 삶이다. 너무 많은 취재 내용과 사건 나열로 오히려 체가 가려지도록 내용이 장황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체를 만나 기에는 큰 장벽이 되진 않는다. 쿠바의 현실과 볼리비아의 꿈 사이에 불시착한 체에게 사람들이 애정을 갖는 것은 그의 인 간다움과 강한 외면에 숨긴 연약한 모습을 유지케 한, 끊임없이 책 읽는 자로서의 깨어있음 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리라.
53. 폴 브랜드 평전. 도로시 클라크 윌슨.
좋은 씨앗 일반인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의사로 기억되는 이름이 있다면 슈바이쳐일 것이다. 그러나 기독 의사들에게 가장 기억되고 존경 받는 의사가 있다면 그것은 폴 브랜드일 것이다. 나병 환자들을 위하여 평생을 헌신하며 살아간 그의 일대기는 분명 가슴 뻐근한 묵직함을 가지고 있다. 힘들게 의학 공부를 하고 의사가 된 다음에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질문하는 젊은 의사들과 의학도들에게 ‘이 사람을 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큰 이름인 것 이다.
C. 의사의 리더쉽
54. 난중일기. 노승석역. 동아일보사
난중일기의 번역본은 그 동안 많이 나왔지만, 완역본으로 나온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만 큼 역자는 이 책을 만드는데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순신이 없었으면, 지 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대륙 땅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인 간적으로 그에게 거대한 신세를 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는 우리에게 다행히도 일기를 남 겨 주었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고, 어떤 어려움들을 겪어 내었으며, 그래서 어떤 나라를 이 루게 만들었는지를 정직하게 볼 수 있게 한다. 초등학교 때 대충 읽은 책이라고 넘어가면 안 된다. 어른이 되어 어른 이순신이 쓴 일기를 읽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기도 하고 특권이 기도 하기 때문이다.
55. 내 영혼의 스승들 (I, II). 필립 얀시.
좋은 씨앗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답하기가 너 무도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그 답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주 잘 산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위인들 각각의 전기 를 찾아 읽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어떤 뛰어난 작가에 의하여, 아주 중요한 인물들의 삶의 핵심 부분을 모아 매우 효과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러한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이 바로 이 필립 얀시의 <내 영혼의 스승들>이다. 간디, 마틴 루터 킹,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길을 물어보아야 할 사람들을 그는 아주 섬세하게 만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만날 차례이다.
56. 마하트마 간디. 요게시 차다. 한길사
과거 식민지 사람들 중 독립 운동을 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 독립 운동이 정 치적인 차원을 넘어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영적 운동이 되도록 만든 사람은 단 한 사람뿐 이다. 바로 간디이다. 뜻밖에도 현대 젊은이들은 간디를 잘 모르거나, 그저 비현실적인 비폭 력 저항을 한 깡마른 노인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죽었을 때 아인슈타인은 ‘앞으 로 인간들은 세상에 이런 인간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믿지 못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정말로 간디는 그 후세에, 현존했던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되지 못할 만큼, 그만큼 위대하 고 큰 인물이다. 그에 대한 많은 전기가 나와 있고 유명한 자서전도 있다. 그러나 그의 죽 음까지를 포함하여, 가장 포괄적이고도 생생하게 간디의 구석구석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아 주 훌륭한 책이 만들어졌다. 그러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 게 된다.
57. 쉽게 읽는 백범일지. 김구. 돌베개
백범일지는 원본을 읽기가 어렵다. 나오는 실존 인물만도 500명이 넘는데, 그들은 또 동일 한 인물이 다른 이름으로도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본의 맛과 줄거리를 그대로 살리면 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쉽게 읽는 백범일지>이다. 백범 연구에 20년 가까 이 몰두해온 도진순 교수의 역작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망해가는 한 나라의 보잘것없는 한 상민아이로 태어나서 묵묵히 그 자신을 끊임없이 확대하여 그가 사랑한 가족, 민족, 역사적 삶까지 책임지고자 노력했던 강하고, 부 드럽고, 유머러스한 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다. 여러 번 읽을수록 더 감동하게 되고, 그가 사랑했던 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이 가슴 벅차다.
58. 이순신의 두 얼굴. 김태훈. 창해
책 소개에서 이야기 한 이순신에 대한 책이 두 권 더 있다. <난중일기>와 <칼 의 노래>가 그것이다. 이 <이순신 3종 세트> 중 어느 것을 먼저 읽고 어느 것을 그 다음 에, 그리고 어느 것을 마지막에 읽는 것이 가장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순서로 읽든지, 세 권 모두를 다 읽고 나면 세 권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권은 이순신 본인이 쓴 것이고, 한 권은 탁월한 소설가가 쓴 것이고, 한 권은 매우 꼼꼼한 실증학자가 모든 자료를 뒤져서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 이다. 그래서 비로소 진짜 이순신은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 감동스러운, 그 진짜 인간 이순신이.
59.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 (넬슨 만델라 자서전). 아태평화출판사
지금 소개자의 책상 앞에는 넬슨 만델라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다시 옛 감옥으로 돌아가 찍은 기념사진이다. 30년의 세월을 감옥에 있었던 사람. 그리고 그것이 한 (恨)이 아닌, 용서와 포용으로 열매 맺는 내면세계를 가졌던 사람. 그래서 결국은 흑인차별 의 극한에 서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평등의 나라로 만든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하 게, 그것을 평화롭게 이룬 사람. 그 만델라가 자신의 삶을 적어 놓은 책이다. 우리와 동시대 를 살아가고 있는 최고의 인간 앞에서 우리는 많은 질문과 대답을 듣는다. 그 생각, 그의 사랑, 그의 여유, 그의 힘. 그것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책이다.
60. 정관정요에서 배우는 난세를 이기는 지혜. 양판 저. 예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사람이 당나라 태종이다. 그가 당나라를 다 스리면서 국력을 엄청나게 키워났기에 그의 사후에 결국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을 당하게 되 니 우리 민족에게는 그리 우호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그의 신하들 과 국가의 통치에 대하여 나눈 대화는 지금 읽어도 너무나 큰 전율을 준다. 인간이 얼마나 지혜로울 수 있고, 겸허할 수 있으며, 권력 앞에서 용기 있을 수 있고, 인간의 내면을 꿰뚫 어 볼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그런 것이다. 정관정요를 직접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간단 히 잘 정리한 이 책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도자의 책임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추천할 책이다.
61. CEO 대통령과 7가지 리더십. 데이비드 거겐. 스테디북
잘못 번역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제목은 Eyewitness of Power 이다), 내용은 엄 청난 책이다. 저자는 닉슨부터 시작하여 6명의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공보 담당 일을 담당한 노련한 언론인이고 지금은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로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이 본 닉슨, 포드, 레이건, 클린턴 등의 대통령들이 어떻게 그들의 역할을 하면서 실패 도 하고 성공도 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해박함, 미국 정치에 대한 예리한 분석 시각, 많이 축적된 경험 등이 한 권의 책에 너무도 잘 녹아 있다.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 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 1순위 책이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 보호자, 동료 의사들, 간 호사들, 의료보조 요원들의 리더이다.
Ⅶ. 과학
62. 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S. 쿤. 까치
1962년 처음 나온 이 책은 과학의 발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과학사의 접근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으며 과학자와 관련 학생뿐 아니라 다른 특수분야의 역사에 대한 고찰에도 영향을 미친 책이다. 과학의 발전을 점진적 누적이 아닌 대안적 체계(패러다임)로의 교체로 보는 저자의 견해는, 현재에 밝혀진 사실 혹은 심미적 믿음에 근거한 대안이 새로운 세계관 을 창출하며 이것이 기존의 것에 대한 실용적 우위를 증명할 때 급격한 개종(conversion)이 발생하여 과학구조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과학의 진보란 점점 베리타스(truth)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되는 문항 수를 늘 리는 풀이법으로 교체해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해로 보자면 자연을 상대하 는 과학자에게 진정 필요한 혁명적 성격은, 결국 이런 개종의 위기를 인식하고 기존에 의지 하던 정상과학을 해체하며 수많은 다른 관점에 마음을 열고 자기 눈을 바꾸어보는 여유가 아닐까? 그의 관점은 진화론적이라는 점에서 참신하게 와 닿는다. 이 책은 결국 과학의 현재 모습을 목적론적 관점에서가 아닌 비목적론적 관점의 진화의 산물로 본다. 즉 특정 패러다임 종 (species)의 생존을 자연선택의 결과로 봄으로써 과학의 발전에 대한 최고 목적 지향의 신 화를 깨뜨리고, 과학자 사회의 환경요소에 의한 적자생존의 연속으로서 과학사를 규정한다. 이것은 다윈적 모델의 과학사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선택의 단속적 진행이 지속적 진보의 모습으로 보이는 후향적 착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선 무작위적이며 보이지 않는 선택이 과학자 사회의 기호(忌好), 가치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저자의 통찰은 도리어 무작위 안에 항상 내재되어있는 목적론적 방향성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학자로서의 위치에서 선행 표준예제를 따르 며 진행하고 있는 과제의 상대성을 알 수 있었고, 우연히 현재는 다른 패러다임 그룹 안에 와서 그 견해에 대한 해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나 는 지금 현재는 패러다임 미탑재이다.
63. 링크(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동아시아 살다 보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복잡한, 그래 서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현상 뒤에 감추어진 질서정연한 새로운 코스모스. 그것은 네트워 크와 허브였다. 관계의 측면에서만 설명되는 현재의 모습, 그것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허브 의 존재. 이것은 무질서라고 생각했던 표면적 사건을 수학적 아름다움과, 설명되는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런 수학적 아름다움의 배후에는 ‘성장’과 ‘선택적 링크’가 있다고 한다. 새로 운 링크가 계속 생겨나고 이 링크는 더 우월한 곳을 찾아 연결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거대 허브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노드의 질’이 경쟁관계에서는 중요하고 독점관 계에서조차 생존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네트워크는 그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판단을 유보시키는 현상설명’이다. 부자가 더 많이 버는 현상, 거기에는 가치 판단이 들어있지 않다. 소외와 집중, ‘백 명이 사는 마을의 몇 부자들’과 그들의 허브 로서의 현상이 그들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판단의 몫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 현상이 압도적일 때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현상을 거스르는 사람’을 볼 때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인간이다. 그래서 네트워크는 ‘가치가 아닌, 수단으로서 현상의 이해 방법’이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은 이용하고자 일수도 있고, 보호하고자 일수도 있다. 더 잘 이해하는 배후에는 동기가 있다. 착취를 위한 이해와 사랑을 위한 이해. 선택해야 한다. 거 슬러야 할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스토아들은 ‘Let it be’라고 말하지만, 본성은 악하다라 고 말한 사람들의 말에 진리가 있다. 그것은 ‘비도덕적 사회’의 힘이고, 어쩔 수 없는 네트 워크의 현실이다. 새로운 문으로 들어서는 열쇠를 든 사람은 뭘 위해 이 힘을 선점하려 하 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64.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세종연구원
저자의 견해가 지나친 것은 그의 예상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증거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석유에너지 고갈과 그로 인한 파국이 이 책이 나온지 30여 년이 지난 아직도 찾아오지 않았다. 엔트로피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의 득세와 대전환도 모든 학문 분야에서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주와 합일하는 인간의 삶 에 대한 자각과 삶의 개선도 미미하다. 그의 주장의 근거는 논리적으로 모두 옳다. 석유 에너지는 언젠가, 아니 곧 고갈될 것이고 이것은 현재의 생활패턴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함은 물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전쟁과 기아와 무질서로 인해 나를 포함한 인류의 질병과 고통과 죽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리 고 이런 급격한 진행을 막을 방법은 오로지 세차게 브레이크를 밟는 방법 이외에는 없어 보 인다. 다만 그의 주장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상승하며 그 흐름은 가속화되고 가용 물질은 고갈되어 버릴 것이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것으로 역사와 종교, 과학과 경제를 일반화하려 한다. 내가 그의 주장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는 이런 확장해석의 오류 때문이다. 이것은 성경의 한 구절을 근거로 신문기사와 과학논문 잡지, 자연의 이상현상을 증거 삼아 점점 논리를 확 장하여 어느 때 어느 곳에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그 시 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다른 논리로 다음 휴거 일시를 지정할 것이다. 너무 약한 근거 위 에 너무 큰 성을 쌓은 결과이다. 리프킨의 방향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올바른 크기의 근거 위에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는 이미 첫 번째 휴거일을 맞추는데 실패한 것 같다. 다음 날짜를 맞추려 하지 말고 더 포괄적 그림의 탄탄한 배경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65.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고전이 된 리처드 도킨스의 책이다. 요즘 리처드 도킨스는 재단까지 만들어 종교와 투쟁을 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학자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그의 생각을 가 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이며 생명현상은 결국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 고 말한다. 또한 밈(meme) 이론을 통한 문화적 진화의 주장과 인간의 본질에 관한 실제 실 험과 이론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밈의 개념은 아직까지 많이 인용된다.
66. 종의 기원. 찰스 다윈. 동서문화사
다윈은 모든 생물이 한 생명체에서 분지되어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화 되었다고 본다. 그리 고 다양한 생명체들은 유전을 통해 일정한 성질을 지닌 종을 구성하게 된다. 수많은 조상종 과 분지되어 나온 종들, 혹은 다른 속에 속한 생물들끼리도 환경 안에서 서로 경쟁하며 조 금이라도 유리한 형질을 가진 종들은 생존하여 번영하고 작은 차이라도 이 경쟁에서 뒤쳐지 기 시작하면 결국 멸절하게 된다. 실제로 조상종의 대부분이 멸절한 것은 후손종이 훨씬 특 이한 형태로 환경에 유리한 기관이나 조직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 해……. 현대생물학은 종 내부에서 적응에 따른 변화는 가능해도, 염색체 수가 다른 종으로의 변화 는 설명이 힘들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은 편이다. 생쥐의 조상이 사람으로까지 변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금술에서 말하는 납으로 금을 만드는 원소의 변화만 큼 염색체수의 변화는 가능성이 낮은 일이다. 하지만 당시 이런 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포괄적 그림은 기존의 세계관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고, 이로 인해 점진적 개량과 진보에 의 한 완성, 자연의 내재적 생명에너지에 대한 생각들이 그 이후 철학과 인간 사회의 가치에 영향을 주었음은 틀림없다. 인간은 진화의 와중에 나타난 생명체 중 유리한 두뇌시스템으로 인해 타종을 물리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된, 가장 최근에 발달된 동물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 작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사회 내에서도 삶살이의 방법을 결정한다. 진정한 생존의 법칙은 더욱 강하고,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자만이 번성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무기이든 사회시스템이든, 한정된 자원의 독점자만이 미래에 존재하며, 약자에게 미래는 없 다. 이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진실의 일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에서 유추되는 인간의 존재의 의미, 그리고 삶의 방법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생물학의 검증을 더 많이 요구하고 픈 생각이 든다.
67.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최무영. 책갈피
20세기 교양이 문학이나 역사 등의 인문학이었다면 21세기 교양은 아마 일반 상대성이론이 나 양자 역학 같은 자연과학적 성취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 지 않은 일반인들도 예술이나 문화를 이야기하듯이 과학을 쉽고 친근한 문화로 접할 수 있 게 도와준다. 그렇다고 가벼운 쟁점들이나 흥미로운 현상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과학의 중 요 주제들인 고전역학이나 현대물리학의 핵심 토대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나아가 21세 기의 최신 주제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중간 중간에 학생들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이 실려 있는 강의식으로 구성하여, 저자의 강의 를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문학과 예술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과학을 설명 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해학과 재치가 어우러진 강의로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 가간다. 또한 어려운 외국어 용어들을 쉽고 친근한 토속말로 표현하였다. 쉽고 재미있게 현대 물리학 이론들에 접근하게 해주며 강의형식이 친근하고 쉽게 읽힌다.
Ⅷ. 문학
68. 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열린책들
폴 오스터라는 뛰어난 미국 작가가 있다. 아주 유명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열혈 팬 들을 전 세계에 거느리고 있다. 국내에도 그의 작품 대부분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그의 여 러 작품들 중에서, 이 소설은 특히 빼어난 작품이다.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를 하나의 소설에 서 모두 추구한다는 것이 도대체 가능할까? 폴 오스터의 소설들은 대부분 그게 가능함을 보 여준다. 최고 수준의 상상력과 문장력,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고루 갖추고 있는 작가다.
69.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랜덤하우스코리아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의 동명소설 말고,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 아주 재미있고, 눈물이 핑 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기가 막 힌 성장소설이다. 자신이 불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랫동안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 본 경 험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욱 감동적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 ‘환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 인지도 덤으로 알 수 있다.
70.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예담
‘메디컬 엔터테인먼트’라는 장르의 진수를 보여주는 소설. 추리소설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 지만 전형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다. 대중소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문학성도 겸비하고 있다. 작가가 의사라서, 리얼리티도 뛰어나다. 이 작가는 이 책을 쓴 이후 몇 권의 비슷한 소설을 더 집필했는데,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의 속편 격인 두 권의 소설도 찾아서 읽게 될 것이다.
71. 백석을 만나다. 이승원. 태학사
그 동안은 미당 서정주가 나이 드신, 또는 돌아가신 시인들 중에는 최고의 시적 감각을 가 진 시인이라 확신하고 살았다. 물론 신동엽이나 고은이나, 그런 뛰어난 시인들이 많지만 말 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고향으로 월북하여 옛날에는 읽을 수 없었던 해금된 시인 백석의 시 를 만나게 되었다. 그의 시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것이었구나. 그것도 그 옛날에. (이 말이 결코 옛날의 시인들을 폄하하는 말이 아님을 이해하여 주시길 부탁드 린다.) 그런데 백석의 시는 심한 평안도 방언과 고어체로 되어 있어 그 시의 언어를 이해하 기 어렵다. 반드시 좋은 해설집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 책들 중 이승원의 이 책은 매우 좋은 길잡이 책이다. 백석의 시를 만나면 행복해 진다. 오늘, 행복해 지고 싶지 않은가?
72. 소네트 시집. 셰익스피어. 샘터사
소네트는 셰익스피어가 서른을 바라보던 1593년부터 1596년 사이에 대부분 쓰여졌다고 한 다. 비록 이른바 셰익스피리언 소네트라 하는 abab cdcd efef gg의 운율을 원문으로 즐길 수는 없다 해도 피천득 시인의 번역은 매끄럽고, 마지막 두 행의 반전을 살려내는 맛이 있 었다. (사실 이 번역본의 시 전체가 마지막 두 행이 그림이 놓여있고 뒤로 물러나 앉아있 다!) 더욱이 셰익스피어가 장중한 맛의 기존 소네트를 비웃으려는 의도로 쓴 것을 드러내듯 번역자는 해학과 장난기를 담아냈다. ‘내게 필요 없는 하나를 더 달고’ 나왔다느니 하는 표 현은 압권이다. 그리고 후반부의 <윌과 윌의 경쟁>과 <아이 버리고 닭 좇아가는 엄마> 같 은 시는 요절 복통감이다.
73.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민음사
이것은 시 모음집이다. 시인들이 추천한 한국 시 100선을 정리하여 모은 책이다. 주로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들과 그 시대의 시인들의 시에만 지식이 한정 되어 있 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교과서의 시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얼마나 눈부신 시인들이 많이 나 왔고, 그들에 의하여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이 땅 위에 가득 차게 되었는지를 알게 하는 시집이기 때문이다. 문득 발견하는 너무도 좋은 시가 있으면, 그 시의 작가가 쓴 다른 시들을 찾아보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은, 이 시집이 가진 또 다른 선물이다. 그리고 정끝 별과 문태준 시인의 시 설명이 시를 더 풍성히 보게 만든다.
74. 주홍글씨. 나다나엘 호손. 문예출판사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홍글씨를 단 헤스터와 딤머즈데일 목사 두 사람을 대비하며 이 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죄는 두 사람에게 동일하게 저질러지고 또 주어졌다. 헤스터에게 죄는 너무나 명백하여 스스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뉴잉글랜드에 태어 나 누구나 철이 들면 그녀 가슴에 새겨진 글씨의 뜻을 알았다. 더욱 확실한 것은 헤스터 자 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그 처벌을 달게 받고자 했음이다. 주홍글씨는 그녀에게 끊임없는 죄의식의 자각이며 또한 그래서 이 땅에 살아갈 이유이며, 절망인 동시에 구원의 가능성이 다. 그녀는 자신의 죄를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자기가 되었고 이 단독자는 절대자와 독대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 반대편, 이야기의 핵심에 딤머즈데일이 놓여있다. 그도 죄인이다. 하지만 그의 죄는 그에 게 단독자의 죄로서 인식된 적은 없다. 그가 죄인이라 말하는 건 이를테면 교회의 교리로서 죄인이다. 이 때 죄인은 결코 단독자 혹은 개별자로서의 죄인은 아니다. 보편성 안에 있는 죄인이다. 그는 사실 이런 죄 안에서 절대 안전한 셈이다. 고해든 주기도문이든 사람들 앞 에 보편죄인은 죄인이 아니다. 칠 년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나 그의 속 에는 타들 어 가는 다른 죄의 자각이 있었다. 이 자각이야말로 그에게는 구원의 표지일 수 있다. 헤스 터에게 밖으로 나타난 주홍글씨가 구원의 표지일 수 있듯이, 보편성의 허울 밑에 자라난 마 음속의 주홍글씨는 그에게 죄를 똑바로 보도록 한다. 그 글씨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펄이야 말로 그의 양심과 함께 그에게 유일한 구원의 가능성이다. 나도 죄인임을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는 아니다. 때로 사람들이 나의 허 물을 이야기하거나 비난할 때 나는 억울하고 화가 날 뿐이다. 또한 명백한 죄 앞에서 나는 많은 변명의 둥지를 만들고 거기에 틀어 앉는다. 나는 나를 속이고, 꾸며진 나를 다른 사람 들 앞에 보인다. 보편성의 죄에 너무나 익숙한 내 방식의 죄에 대한 수용이다. 나는 나 자 신에게 속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구원의 자격이 있는 듯이 위로할 수 있는 것이다. 백 수십 년 된 미국소설이 내게 이렇게 부딪힐 줄은 정말 몰랐다.
75. 천년 동안에. 마루야마 겐지. 문학동네
일본에서 ‘언어의 수도승’으로 불리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천년 동안 살아 온 ‘나무’다. 태초의 시간과 현대가 공존하는 상상력의 스케일이 그야말로 웅장하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이는 이 소설은 현대 문명의 폐해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웅장한 스케일과 무거운 주제의식에 비해서는 스토리 자체도 제법 재미있다. 마 루야마 겐지는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적지 않은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 는 작가’로 손꼽는 사람이다.
76. 천상병 전집. 천상병. 평민사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의 시집 속에는 가난이 묻어있지만 영혼의 따뜻함과 풍요가 넘친다. 이와 같은 시를 읽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 의사가 된다면, 환자와 자신을 위해서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77. 침묵. 엔도 슈사쿠. 홍성사
고통 가운데 신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고통에 침묵하는 하나님은 과연 선한가. 아마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 아니, 신의 존재를 부정 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논리로 신의 부재를 주장하기도 한다. 일본에 선교하러 간 포르투 갈 예수회 소속의 스승이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로드리고 신부. 거 기서 그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난당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침묵하는 하나님을 아픈 마음으로 찾는다. 그리고 그의 선택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 이 달려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과연 그는 예수님의 얼굴이 그려진 성화를 밟을 것인 가. 과연 신은 끝까지 침묵하기만 하는가. 그대가 신앙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종교적인 교리나 형식에도 제한 받지 않는 위대한 신적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내가 독선적인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실 제로는 얼마나 참 신앙과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알게 되어 마음이 아플 것이다.
78. 칼의 노래. 김훈. 생각의 나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이 책이 원래 ‘한국어’로 쓰여 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 한국어가 나의 모국어라는 사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작가의 의도대로 가장 정확히 느 끼면서 읽을 수 있는 독자 중 하나라는 그 사실에 감사하고 황공하게 느낀 책이 바로 이 책 이었다. 작가는 우리 시대에 ‘고전’을 만들어 내었고, 이순신이라는, 민족의 위대한 인간을 우리에게 다시 보여주었다. 이런 작가를 우리 시대에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나면, 자신도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 끼게 될 것이다.
79. 캉디드. 볼테르. 을유문화사
내가 누군가의 말을 비웃기 위해 이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볼테르는 라이프니 츠의 ‘낙천주의’를 비웃기 위해 캉디드의 모험 이야기를 그려낸다. 서스펜스와 드릴, 진기한 구경거리와 신기한 세계의 모험이 아닌 진짜 18세기의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담. 실재 인물 이었으면 몇 번 죽었겠지만 캉디드는 007처럼, 불사조처럼 살아난다. 라이프니츠 (이 책의 판글로스 선생님)의 철학이 옳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결국 처참함과 고통, 잔인과 추악 함만이 가득한 세상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캉디드와 그의 연인 퀴네공드의 여정. 볼테르는 인생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는 거다. 라이프니츠의 마음과 그 속내를 읽기보다는 곡해하고 비웃는다. 그리고 꿈이 아닌 현실을 챙기다 보면 후 대도 덕을 본다는 그의 생각을 비꼼을 통해 드러낸다. 그 자신이 이렇게 인생을 헤쳐나가려 돈 버는데도 열심이고 이상주의 비웃는데도 평생 분주했던 사람이다. 결국 이야기의 결론에 서 그는 ‘자기 밭이나 갈아라’하고 독자들을 내동댕이친다. 어쩌면 요새 우리들이 가진 인생 관의 원본이 그의 현실적 가치관이 아닌지……. 18세기 코믹 풍자소설이 우리 생각의 뿌리 를 보여준다.
80. 허삼관 매혈기. 위화. 푸른숲
중국 작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가 위화다. 너무 웃기고 매 우 익살스러운 내용인데 읽다 보면 눈물이 난다. 바꾸어 말하면, 너무도 슬프고 애잔한 내 용인데, 읽다 보면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난다. 피를 팔아서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의 이 야기 속에 중국의 근대 풍경이 녹아 있다.
81. 혼불(전 10권). 최명희. 한길사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설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 다음 날을 걱정하면서도 새벽 3, 4시까지 읽어댔고 결국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 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숨도 쉬지 못하다가 조금씩 둘러 갈 때는 마음을 놓곤 했다. 그림을 그리듯, 씨실과 날실을 엮듯 세밀하게 묘사한 우리네 전통 문화와 예식, 종교, 일상생활은 그 어떤 논문이나 문화 연구 보고서보다도 위대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도 감탄할 만한 것은 문체다. 글을 읽어내려 가다 보면 운율이 느껴진다. 마치 전통적인 가 락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산문이지만 시처럼, 아니 실은 시조처럼 착착 감기는 맛의 문체는 책을 읽는 내내 곱씹게 만든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네 삶의 결을 느끼게끔 하는 이 소설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Ⅸ. 종교
82. 간화선. 대한불교조계종 불학연구소. 조계종 출판사
불교에 대한 소개를 잘 하고 있는 책은 여러 권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책 중에서도 좀 특별하게 느껴진 책이다. 불교의 핵심인 ‘선(禪)’에 대하여 매우 실제적으로 잘 정리하여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불교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즉 ‘불교’ 자체를 말하기보다 ‘선’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불교를 더 잘 보게 하여 준 그런 책이라는 것 이다. 불교의 더 깊은 모습을 보기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83.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 필립 얀시. 요단출판사
기독교 서적의 클래식들은 아주 오래 전에 쓰여진 책들이었다. 수백 년, 또는 일, 이 천년 전에 쓰여진 책들이 많았다. 수십 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면 아직 클래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것은 이미 클래식이 된 책이구나. 나는 내 인생을 살면서 동시대 인물이 쓴 책 중 클래식을 발견 하였구나’ 그런 것이었다. 기독 신앙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알지만, 아직 그 신앙 안에 완전 히 뿌리 내리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모든 분들께, 그리고 아직 기독교가 어떤 종교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고전’을, 매우 재미있고 신선한 이 ‘고전’을 추천한다.
84. 백악관에서 감옥까지. 찰스 콜슨. 홍성사
저자는 30대에 닉슨 대통령의 정치참모로 활약하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감옥에 갔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 대표적인 기독교 활동가로서 활동하고 있 다. 이 책은 미국 정치 핵심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장 잘 된 정치 서적인 동시에 신앙과 는 전혀 관계가 없던 강인한 정신의 지성인이 어떻게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하나님의 사람 으로 변화해 가는가를 묘사한 정직한 고백이다. 가장 기독교인 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사람이 기독교인이 되었기에, 그의 회심은 미국 일간지의 톱 기사로 등장할 정도였다. 그가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을까? 가장 치열한 삶을 살기 원하는 의학도들이 반드시 읽을 만한 책이다.
85. 소명. 오스 기니스. IVP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옴으로 인하여 이미 의사는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지? 의사가 된 이후의 삶은 무엇을 향한 삶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 나는 인간으 로서 왜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내 삶 속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 정말 이루어야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문제라 생각하는 사람 들에게 이 책만큼 천둥소리를 내는 책은 드물다. 자신의 삶이 무엇을 향하여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정리하게 하는 명저 중 명저이다.
86. 이야기 교회사 (I, II). 김기홍. 두란노
기독 신앙에 대하여 이해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깊은 이해를 원한 다면, 역사의 길을 택하여야 한다. 역사는 단지 머리 속의 추상적 관념이나 일시적인 흥분 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산들을 우리 앞에 내어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독 교사, 또는 교회사가 그냥 역사로 나열되면 지루하다. 그리고 그 맥을 잡는 즐거움을 놓치 기 쉽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주 잘 만들어진 책이라 할 수 있다. 쉽고도 깊은 이야기들 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양서적으로도, 그리고 기독 신앙을 더 뿌리 깊게 만들 수 있 는 책으로도 추천한다.
87. 전능자의 그늘. 엘리자베스 엘리엇. 복있는 사람
책의 도입부는 짐 엘리엇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한 선교사의 어이없는 죽음. 자기가 6년간 기도하고 찾아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선교사. 다시 책은 그의 출생배경, 어린 시절, 대 학시절로 돌아간다. 나와 똑같은 신앙과 고민, 종교적 번민과 자유. 그는 29세의 삶을 치열 하게 하나님께 붙어 있고자 하였다. “영원한 것을 얻고자 영원할 수 없는 것을 버리는 자는 바보가 아니다.” 아우카족을 찾아 뻔한 죽음의 위험에 걸어 들어가는 그에게서 하나님께 순종하고자 했던 예수의 삶과 바울의 그림자를 본다. 책을 덮으며 짐 엘리엇의 죽음을 생각한다. 치열하게 순종하고 아우카족을 향해 걸어가며 이제 자기 삶의 목적이 다 이루어졌다고 말한 선교사. 자기가 평생 꿈꾸어오 던 곳, 하나님이 함께 하신 곳에서 하나님의 품으로 뛰어든 선교사. 그는 하나님께서 맡기 신 일을 마쳤다.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다. 왜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을 위해 영원하지 못 한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88. 참회록. 성 어거스틴.
크리스챤다이제스트 어거스틴의 ‘하나님 만남의 철학적 인식’은 기억 속에서 이루어진다. 유년과 청년, 수사학자 로서 교사로서, 그의 삶과 생각들. 그는 점차 인간 무능력과 기만적인 자기합리화에 등돌리 게 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인간적 존재로 우리 곁에 있었던 하나님이신 예수. 어거스틴 은 인격적 교제가 동반된 신과의 만남, 사랑을 가지고 변화시키는 설득의 영 앞에 자기논리 를 내려놓게 된다. 기쁨과 겸손의 삶이 그에게 왔고 그는 기억을 통해 얼마나 오랫동안 하 나님이 그를 ‘추적’해 왔는지 깨닫는다. 나의 삶에 대한 기억들은, 프루스트의 청년기 마르셀처럼 불확정성의 아련한 괴로움들이 스 며든 방황스러운 것이었다. 틀은 없고 삶의 진실은 구토 나는 것이었으며, 희망과 인간을 같이 이야기할 수 없는 쓴웃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추적자에 붙잡힌 나는 내 고향을 알 게 되었고, 삶의 인상이 변화하는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나는 고향으로 가는 중이고 빛은 세상을 다르게 조명하기 시작했다.
89. 하나님의 정치. 짐 월리스. 청림출판
글쎄, 이 책을 무엇이라 설명하고 추천하여야 할까? 소개자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미국 여행 중이었다. 호텔에서 밤에 읽기 시작하다가 결국은 밤을 새우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은 다 음에는 왜 그리도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쓴 글인데, 정작 읽 고 나서는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인간의 고통 중 많은 부분은 가난과 연관된다. 이 책은 그 가난이 ‘경제학적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 라고 이야기 한다. 공산주의자들은 그 고 통과 가난을 ‘강압적 평균’을 만들어 해결하려고 하였었다. 그리고 처참히 실패하였다. 인간 은 누군가를 강제적으로 시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그 자신부터 건강하고 균형 잡 힌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은 그 궁극적 해답을 이야기한다. 사 회의 불의, 가난과 질병의 고통을 자신의 투쟁 대상으로 생각하는 모든 의학도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Ⅹ. 인문/사회, 역사, 철학
90. 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리더스북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 때 읽었다 하여 화제가 된 책.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책을 읽었다 고 한다. 국내외에서 베스트셀러다. 넛지(nudge), 즉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힘이자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 는 부드러운 힘에 관한 이야기다. ‘넛지’란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의 뜻이다. 자유주의와 간 섭주의는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지만, 넛지는 ‘자유주의적 간섭’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보여준다. 일종의 행동 경제학 책인데, 아주 재미있다.
91.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뿌리와 이파리
돈가스라는 하나의 음식을 통해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희한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좋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제목 은 좀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재미있고 유익하면서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킬 수 있 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이 역사학자나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밀가루 공장에서 35년간 일한 평 범한(?) 사람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놀랍다.
92. 로마인 이야기(전15권).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놀랐던 것은 방대한 역사책이 지루하지 않고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 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감각적이거나 자극적인 문장이 아닌데도 저자의 서술은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일부는 뛰어난 번역의 공이 리라. 그리고 나중에 알고 나서 더 놀랐던 것은 저자가 어떤 공식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발로 뛰며 혼자 공부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과 남다른 해설, 비평 은 그러한 자유로운 공부로 인해 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양 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의 흥망성쇠를 통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역사적 인물들의 선택과 결정, 시행착오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의 현실을 해석해나갈 수 있는 좌표를 찾게 된다. 고대 로마의 유적을 처음 보고 감동받은 나는 한국에 돌아와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고, 그리고 언젠가 다 시 그 역사의 현장을 찾아 이 책의 감동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싶다.
93.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트 에코.
열린책들 공허한 재미와 진정한 유머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절묘하게 보여주는 책. ‘우아하고 고급스 러운 유머’의 진수를 보여주는 에세이집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바보들과 숱한 불합 리와 부조리 때문에 괴로웠지만 뭐라고 꼬집어 욕도 못하고 가슴만 답답해했던 사람들에게 권한다.
94. 스시 이코노미. 사샤 아이센버그. 해냄출판사
스시는 언제부터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을까? 이 책은 날생선 무역거래에 관한 문화적, 역사 적, 경제학적 탐방기이다. 스시라는 한 가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위 ‘글 로벌 경제’라는 게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된다. 평소 스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 틀림없다.
95. 윤치호 일기. 김상태 편역. 역사비평사
일제시대 가장 대표적인 민족 지도자였고 기독교인이었고, 연희학교 교장을 역임하였던 사 람. 동시에 대표적 친일파의 명단에도 들어가 있는 사람. 그는 미국에 유학을 가서 공부하 고 돌아온 우리나라 선각자 첫 세대에 속하는 사람이며 뛰어난 지도자이기도 하였다. 그는 자신의 일기를 평생 영어로 썼었다. 그의 일기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제시대 당시의 모든 유명한 인물들이 다 등장한다. 그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거나, 또는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을 사랑하고 조선이 발전하기를 간절히 원하였지만, 이기적이고 단결하지 못하고, 지저분하였던 조선 사람들에게 절망하였던 사람. 그가 독립을 왜 반대하 였고, 왜 친일적 행동을 하였었는지를 단면적으로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역사를 보는 시각은 한 순간에 두 차원 높아질 것이다. 역사와 신앙에 대한 고민을 하는 학 생들에게 추천한다.
96. 종교전쟁. 신재식, 김윤성, 장대익. 사이언스북스
진화 과학자, 조직신학 교수, 종교 문화학 교수가 주고받은 편지와 좌담기록을 엮은 책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갈등에서부터 우주와 생명의 기원, 인간 정신의 본질과 마음, 종교성의 비밀 등 재미있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글이다. 기존에 종교가 해 왔던 역할을 대신하려는 과학의 야심 찬 시도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물론이고,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회 발전의 장애가 되어 대중의 멸시를 받는 종교와 인간의 갈등 양상까지, 종교와 과학의 갈등, 종교와 인간의 전쟁에 얽힌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과학과 종교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메우고 진정한 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주 제들을 전면적으로, 진솔하게 다루어 재미있다.
97. 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이학사
쉽게 철학에 입문하게 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현장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문제의 식과 학생들의 반응, 관심 및 욕구를 반영하여 삶의 현실에서 철학을 이야기하고 철학을 통 해 삶을 조명하고 있다. 즉, 삶에서 늘 직면하는 만남, 죽음, 사랑, 가족, 국가, 자본주의, 고 통, 주체, 타자 등의 문제, 그리고 이성, 필연성, 우연성, 변증법, 보편성, 특수성, 단독성 등 의 철학적 주제를 주요 학자의 사상과 생활 주변의 사례를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98. 통섭. 에드워드 윌슨. 사이언스북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온 에드워 드 윌슨. 이 책은 그 거대한 기획을 총결산한 역저다. 그는 자연과학과 인문, 사회과학이, 인간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함을 강조한 다. 이 ‘지식의 대통합’이라는 전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 서구 학문의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다양한 가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가지들 속에 숨어 있는 그렇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간과했던 지식 통합의 가능성을 찾아내 명확하게 보여 준다.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등이 번역했다. 분량도 많고 쉽게 읽히는 편도 아니지 만, 차분히 읽다 보면 ‘큰 그림’이 보인다.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을 공부했거나 공부할 예정 인 사람에게는 더욱 필독서다.
99. 팡세. 파스칼. 서울대학교 출판부
무인도에 두 권의 책만 가져가야 한다면 성경과 팡세를 가져가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할 만큼 좋아하던 책이라 다 읽은 것이 아쉽기까지 한 책이다. 인생의 허무와 비참에 대한 모 든 생각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책도, 그 해답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성과, 그 신성 에 대한 예언과 유대인의 위치를 이렇게 잘 보여주는 책도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1658년에 쓰여졌는데도……. 여러 참고자료를 인용하고 참조하면서 파스칼이 이야기하고자 한 내용은 사실, ‘이성으로 신앙의 시도를 시작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비이성으로 오해되어 온 신앙의 설명이 사실 찾을 마음이 없는 자에게 숨기어진 신비일 뿐, 자기를 낮추어 생명 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 너무나 분명한 진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구원의 실체는 우리의 비참 함과, 그런 인간을 위대하고 소중하게 여겨 자기 목숨을 내어준 하나님의 사역에 있음을 뼈 저리게 느끼게 해 준 책이다. 혹 자기비참을 모른 채 종교적 혹 자기만족적 이론에 눈 가리 운 나와 같은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100. 학교를 버려라. 매트 헌. 나무심는사람
'학교를 버리라'는 말이 학교를 없애자는 뜻은 아니다. 교육이 바뀌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 의 바람대로 ‘교육 한번 잘해보자’는 얘기다. 진정한 교육의 목표는 ‘자신을 알고 스스로 삶 을 꾸려나감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획일적으로 강제되는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감각능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제 안한다. 이 책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들에 이의를 제기하고, 행복해지는 배움을 제안하는 사람들의 글로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